40년 만의 만남

저는 여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53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농촌이었습니다. 또래 중 두 명만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나머지는 중학교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둘째 오빠는 어머니께 “점례도 중학교 보내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돈이 많이 든다고 안 가르치셨습니다. 이 때문에 말은 안 했지만 평생 엄마를 원망하고 미워했습니다. 한편으론 그런 어머니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도시에 간 친구들이 좋은 옷을 입고 피부도 뽀얗게 예뻐진 것을 보고 부러운 나머지, 나도 서울에 가겠다고 엄마에게 떼를 썼습니다. 옆집 언니를 따라 서울에 올라와 크라운제과를 거쳐 선창산업에 입사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접어지지 않아, 독학으로라도 검정고시를 보려고 책을 구입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을 만나 결혼하느라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해 나가는 중에 학력을 쓰는 칸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어떤 때는 중졸이라 쓰고, 어떤 때는 고졸이라고 썼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배움이란 게 얼마나 필요한지 더욱 절실해졌고, 학력만 있으면 나도 어디 하나 빠지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교육청에 문의하여 일성여자중고등학교를 알게 되어 등록했습니다.

과연 다닐 수 있을까? 배워야 하는데, 배워야 하는데……. 걱정 반, 설렘 반으로 고민하다가 마침내 마음을 굳게 먹고 가족들에게 학교 얘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진작 배우지 그랬느냐고 하면서 모두들 나를 응원해 주었습니다. 비록 늦었지만 공부를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40년 동안 배움을 가슴에 안고 살았습니다. 한 맺힌 세월이었습니다. 공부에 대한 나의 그 갈증을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학교에 와서 모르는 것을 하나하나 배우니 정말로 행복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한 기분은 말로 다할 수가 없습니다. 가슴속에 맺혀 있는 한(恨)을 지우개로 다 지운 듯합니다. 이젠 엄마에 대한 원망도 다 지워 냈습니다.

일성이라는 소중한 인연과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면서, 졸업장을 받는 그날까지 열심히 공부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